김소라 작가는 제주의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창조하며 인간의 관계를 식물에 비유해 표현한다. 친밀한 관계 속 애증과 같은 모순된 감정을 초월한 사랑의 의미를 탐구하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성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관계 속에서 모순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반대되는 성질을 하나의 화면에 담는다. 딱딱함과 부드러움, 녹아내림과 단단함 등 서로 상반된 요소를 조화롭게 연결하여 관계의 생동감을 전달한다. 이를 통해 관계의 복잡함과 모순을 탐구하면서도,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초월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한다. 


 김소라 작가는 제주대학교 예술학부 서양화 전공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미술학석사를 졸업했으며,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2024년에 제주문예회관, 제주신화월드, 2022년에 스튜디오126, 2020년에 예술공간이아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그 외 6회 제주의 다른 전시공간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또한 서울 인사아트센터 전시 공모,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진행된 샛보름 미술장터, 2023 아트페스타인 제주 등 다수의 단체전 및 그룹전에 참가하였다. 2017년 제7회 초계청년미술상, 2014년 제21회 제주청년작가전 우수작가 선정, 제주도미술대전 특선 등을 수상하였다.

2025 작업노트 


 사랑했고, 미워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 모순 속에서도 지속하고자 하는 관계의 의지 - 


 김 소 라 



 나는 제주라는 자연 환경 속에서 작업하며, 그곳에서 받은 감각적 자극을 바탕으로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자연의 순환과 이질적 요소들의 공존은 나에게 인간관계에 대한 은유를 떠올리게 했다. 특히 나는 인간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양가감정, 즉 사랑과 증오, 신뢰와 불신이 공존하는 감정들에 주목하게 되었다. 나의 작품들은 이러한 감정의 복잡한 층위에 대한 시각적 탐구다.


 현실에서의 인간관계는 결코 단순하거나 일관되지 않는다. 우리는 누군가를 깊이 신뢰하면서도 동시에 불안을 느끼고, 사랑하는 마음 속에서도 분노와 실망을 경험한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관계를 지속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내 작품은 그 모순된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나는 서로 상반되는 시각적 요소들을 하나의 화면 안에 공존시키는 방식을 통해 이러한 감정의 복합성을 표현하려 했다. 딱딱함과 부드러움, 녹아내림과 단단함 같은 대비적 요소들이 화면 위에서 충돌하고 또 균형을 이루는 과정을 통해, 관계의 긴장감과 생동감을 드러내고자 했다. 식물이 뒤엉키고, 자라고, 분출하는 이미지들은 감정의 흐름을 은유하며, 그 안에서 나는 ‘그럼에도’ 관계를 지속하려는 인간의 의지를 떠올린다. 나는 감정의 충돌을 지워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충돌의 장면을 하나의 정지된 풍경처럼 화면 안에 고스란히 남기고, 감정의 흔적을 수집하듯이 구성한다. 이 과정은 때로 관계의 파편을 재배열하는 일이자, 감정의 유물처럼 기억을 기록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나의 작업은 감정의 모순을 제거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을 시각적으로 해체하고 다시 엮는 방식으로, 관계가 단절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질문한다.


 ‘그럼에도’라는 태도는 애증과 모순의 감정을 통과한 이후에 도달하는 감정의 깊이이자, 인간 존재가 관계 안에서 얼마나 집요하게 서로를 붙잡고자 하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어다. 나는 그 단어를 붙잡고, 그 안에 스며 있는 감정들을 화면 위에 한 조각씩 올려두듯이 작업해왔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의 작업은 관계에 대한 치유나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관람자 각자가 자신의 감정의 층위에서 그것을 마주하게 되는 경험, 즉 감정을 ‘보다’가 아니라 ‘겪게’ 되는 장면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 2025년 7월 10일 -

2024 작가노트


愛(애), 憎(증), 그럼에도>


김 소 라 



 <愛(애), 憎(증), 그럼에도>는 나의 새로운 작업물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서로 친밀한 관계 속 내재한 애증과 같은 모순적이고 복잡한 양가감정에 혼돈하면서도 결국엔 모순에 대한 인정을 작품으로 담아내었다. 또한 모순을 초월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의미란 무엇인지 각자에게 물음을 던진다. 


 평소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두 가지로 풀어내어 하나는 허세와 가식적인 관계를 풍자하고, 또 다른 하나는 포옹을 통해 진정한 관계에 대한 이상을 식물의 섭리에 비유하는 작업을 했다. 2024년의 작업을 시작할 시에도 평소와 같이 내용은 그대로 표현과 재료기법을 더 발전시킬 예정이었다. 그러던 중 의문이 들었다. ‘지금 내가 친밀함과 건강한 관계의 상을 포옹을 통해 그려내고 있는데 말이지.


 그런데 과연 그 속에 사랑만 있었던가?’ 그동안 쭉 해왔던 포옹 시리즈를 작업 해왔던 기간에 비해 고민은 짧았다. 아니었다. 나는 상대를 너무 사랑하면서도, 혹은 온전히 신뢰하면서도 그 속엔 늘 상대에 대한 불신과 미움이 늘 있었다. ‘당신이 너무 좋아. 그런데 이런 점은 진짜 싫어.’, ‘난 널 너무 사랑해. 그래서 두려워.’, ‘난 이 사람이 너무 안쓰러워. 보살펴주고 싶은데 가증스러워.’, ‘난 널 이만큼 좋아해. 그런데 넌 내가 널 좋아하는 것보다 네가 더 날 좋아했으면 해.’ 반대의 경우도 허다했다. ‘쟤는 정말 짜증 나. 그런데 도와주고 싶어.’, ‘아, 이런 성격 너무 싫어. 하지만 계속 잘 지내고 싶어.’, ‘날 덜 좋아해도 내가 더 좋아하면 돼.’


 그동안의 작업에선 건강한 관계를 위해선 식물이 나고 자라는 섭리처럼 자연 발생해야 하며 자연소멸 해야 한다며 주장하던 거에 비해 굉장히 집착적이고 모순적인 내 모습을 보면서 ‘이게 나쁜 것인가?’라고 한 번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결론은 이렇다. ‘이게 인간이지.’ 원래 인간은 모순덩어리이며 복잡하고 자기 합리적이다. 관계 또한 인간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복잡하고 모순적인 거다. 원래 당연한 것을 새삼 깨달았다. 


 결국, 인간 간의 관계라는 것은 ‘愛’와 ‘憎’ 사이에 무척 복잡 미묘한 중간 단계들이 주체할 수 없이 자라난 식물처럼 서로 엉켜 있는 것이고, 나는 그 무수한 중간 단계들을 포착하여 회화와 드로잉으로 내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분출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愛’와 ‘憎’보다도 나에게 더 중요하게 다가왔던 것은 그 둘을 이어주기도 하면서 초월하게 하는 ‘그럼에도’ 이다. 앞, 뒤 문장이 전혀 상반됨에도 그 둘을 이어주는 단순한 부사이지만, 자신과 상대에 대한 모순적인 양가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여 인정한다. ‘그럼에도’라는 이 단어 자체가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인간 자체를 표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내 작품의 의의는 ‘그럼에도’이며,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이 관계 속에서, 일명 ‘손절’이 난무하는 이 시대 속에서 현재 관계에 대해 많은 혼돈과 혼란을 겪고 있을 사람들에게 작품을 통해 나 또한 당신과 같음을 말하고 싶다. 우리의 모순을 받아들이며 그럼에도 서로 사랑하기를. 



“네가 좋아. 네가 싫어. 그럼에도 널 좋아해.” 



-2024년 12월 7일-


2023 작가 노트


관계에 대한 두 가지 미술적 고찰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두 가지 관계 방법-

 

김 소 라 





 현대 사회에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다양한 갈등과 고민이 생겨났다. 나는 사람들이 일희일비하는 관계에 대해 예술로써 표현한다. 가식적이고 허세 가득한 관계를 유머를 통해 풍자하고, 건강한 관계의 회복을 위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현대 상을 자연의 섭리에 비유하여 보여주고자 한다. 가식과 허세로 점철된 관계는 점점 부패하여 종국에는 관계를 단절시킨다.


 나는 시각예술로써 부패한 관계를 타파하고자 한국의 화환을 차용한다. 한국 화환문화는 일상 경조사에서 쓰이는 한국의 대표적인 허례허식 문화 중 하나이다. 사회의 수많은 관계 속에 내재되어 있는 가식과 허세의 대표적인 기제로서, 나는 이를 역이용하여 화환을 의인화해 허세와 가식이 가득한 관계와 사람을 풍자한다. 우스꽝스럽고 일상적인 상황을 차용하여 현대인의 허세와 가식적인 행태를 웃음으로 유쾌하게 비꼬며 그 안에 녹아있는 사회적 상황을 자조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사회 속 관계에 내 작품의 은근한 풍자와 해학은 대중들에게 심리적 쾌감과 즐거움, 위로를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를 위하여 회화를 넘어 한 장르에만 치중하지 않고 부조, 입체, 설치 등 여러 장르를 혼용한다. 또한 관람객이 작품의 완성이 되는 참여 형식을 이용하여 작품 파악이 쉽고 능동적인 관람을 추구하기도 한다. 


 즉, 다양한 장르와 매체, 유머 요소를 활용하는 것은 난해하고 무겁게 느껴지는 미술에 반(反)하여 누구나 즐기는 예술을 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앞으로도 현대인들의 고민과 공감을 미술로 녹여 내어 예술을 즐기는 방법을 고안하고 더 나아가 삶의 즐거움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지속할 것이다. 




 - 2023년 12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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